2004년 즈음.

10시에 출근해서 컴퓨터 잡고 밤 10시까지 일했던 그 때.

이 홈페이지를 엎었다가 뒤집었다가 매일을 반복했었다.

그리고

학원강사 일 하면서 바쁘게, 그리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잊고 지내고

그냥 가끔 끄적거리는 공간으로 사용했고.

그간 마음속에 뭔가 막혀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2018년.

약 14년이 지난 지금 또 컴퓨터 잡고 있는 일을 시작했고,

슬슬 나의 일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남는 시간을 여기에 쏟게 될 듯 하다.

 

2004년처럼 12시간 일하진 않고 5시간 반정도 일하니까, 격한 변화는 없을테지만

이제 소소하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을 듯 하다.

 

글을 쓴다는건 좋은거다.

그게 뭐가 됐든.

 

장수연 작가는 그랬다.

 

책이나 영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등등을 통해 머릿속에 이런저런 정보, 자료, 느낌이 들어옵니다. 먹는거죠. 그리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소화고요. 이걸 글로 풀어냅니다. 싸는거예요. 각각 '먹기', '살기', '쓰기'라고 표현하겠습니다.

 

한창 바쁘게 살 때 저는 '글 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읽고, 보고, 듣고, 느낀 많은 것들이 내 안에 들어오느데 그걸 내보내지 못하고 쌓아만 두니 늘 더부룩하고, 답답하고, 뭔가 막혀있는 듯한 기분이었죠. 이제 생각해보니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건 '똥 쌀 시간이 없다'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말이었습니다.

살면서 받아들이는 것, 느끼는 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켜서 정리된 형태로 내놓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영혼의 소화 과장'이기 때문이죠.

 

 

..(중략)

 

들춰보고 싶지 않은 기억,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 너무 부끄러워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 그것들을 글로 썼을 때 글쓰기의 신비로운 작용, '치유'를 경험합니다. 얼마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느냐는 나를 얼마나 꺼내놓을 수 있느냐와 같은 말인 것 같습니다.

바빠지더라고 종종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직하게 나를 들여다본 후 길어 올린 이야기들로 스스로를 (가능하면 읽으시는 분들까지)건강하게 가꾸고 싶습니다.

 

-글쓰기와 똥싸기中 /책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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