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Notes/- Diary  2012. 5. 20. 23:28

우리 외할머니.

32년전 충남 천안에서 내가 태어났다.
엄마는 친정에서 몸조리하려 천안에 내려가있었고 외할머니가 직접 나를 받아주셨다.
집에서 아기를 받는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고
당신 딸의 아기를 직접 받아 탯줄 잘라주신 외할머니는
나에대한 애정이 깊으셨다.

올해 만77세.
2009년 5월 당신의 남편이자 나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점차 몸이 않좋아지셨다.

그리고 올해.

지금 외할머니는 병원에 계신다.
정말 오랜만에 할머니를 뵙고 왔는데
눈도 잘 못뜨시고 앉아계시지도 못한다.
자꾸자꾸 말을 걸어보고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드리는데
점점 대답하시는 횟수가 줄어든다.

간혹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하실때가 있는데

나는 꼭 기억해주신다.
"엄마가 직접 받아서 기억하는거야?" 라고 이모가 물어보면
"응, 내가 받았지."라고 답하신다.

다 큰 어른이 된 나는
다시 약한 아기가 되는 듯한 할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짠해진다.

나이 50이 넘으면 다시 몸이 쇠퇴하고 작아지고 힘이 없어진다.
인생의 초반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할머니는 지금 다시 돌아가고 있는 중인가보다.

눈도 작아지고 초점이 안맞아지고
힘이 없어 대답을 못하시는게 아니라
머리속이 비어져 생각이 멈추는 중이라 대답을 못하신다.
그렇게 기억력 좋으셨던분이고 계산도 잘하셨던 분인데
챙겨드린 용돈 만원짜리 5장도 못세신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세지 못하신다. 그냥 돈만 넘기실뿐이다.
그럼에도 당신께서 그렇게 아끼던 막내아들이 멀찍이 걸어오는걸 보시더니 손을 들어 반기신다.


할머니가 점점 멈춰지고 있는게 보인다.


내가 아무것도 해드릴수 없는게 슬프다.

할머니는 내가 세상에 나올때 도와주셨는데
난 그저 밝은 얼굴로 웃는모습만 보여드릴뿐.


할머니. 힘을내요.
조금만 더 우리 같은 하늘아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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