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등교,

Notes/- Diary  2012. 5. 2. 08:17

 

 

초등학교 4학년때 부터였다.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아침 일찍 학교 가는걸 좋아했다. 새벽녘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학교에 제일처음 도착해 교실문을 열고 창문을 열고 아침공기를 처음 들이마시는 그 순간을 좋아했다.

처음 우연히 일찍일어나 빈둥빈둥 집에 있다가 학교등교 시간 맞춰서 뭐하나 싶어 일찍 출발했던게 시작이다.

아직 엄마도 일어나기 전이어서,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던 나는 직접 냉장고에 있던 반찬 몇개를 꺼내 도시락에 담아 챙겼다.

보통은 학교가는길에 친구들도 만나고 문방구도 들렸다가

교문 닫힐 때쯤 들어가 허겁지겁 수업 시작하기를 기다렸는데

그날은 학교가는 길에 나 혼자만 걷고있었다.

아직은 푸르스름한 새벽쯤이었던것 같다. 푸른 공기를 들이마시며 여유로이 걷다보니 보지 못했던 담장밑의 꽃이나, 집의 창문들이며, 처음 걷는 길처럼 새로웠다.

학교 교문을 들어서니 운동장엔 아무도 없었고, 하물며 교무실에도 선생님이 안계셨었다.

교실문을 열기 위해서 교무실에 들러 열쇠를 가져와야했기 때문이다.

교무실은 당직 선생님이 열어놨으리라.

열쇠를 가지고 그 당시 1층이었던 교실의 문을 열고 어제 청소해놔서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위에 책가방을 풀고,

교실 커튼을 치고 창문 모두를 열어 교실안으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4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워크맨이라 불렸던 카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즐기고 싶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전교생중 제일 처음으로 등교하는걸 즐겼다. 매일 그렇게 할 순 없었고,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서둘러 등교하곤했다. 

 

그 싱그러운 아침을 혼자 느끼기 아까워

같은학교 2학년이었던 두살 터울인 동생을 깨워 동생 도시락까지 싸가며 깨워 데리고 갔었다.

동생을 처음 아침 일찍 데리고 갔던때가 생각난다.

4학년과 2학년의 학교 건물이 달랐다.

"아침일찍 가면 얼마나 기분이 좋다구~ 언니가 도시락 싸줄테니까 일어나서 같이가자."

눈 비비며 뭣도 모르고 그냥 쫓아왔던 동생을 2학년 교실이 있는 건물로 보내며

"교실 들어가자마자 창문열고 언니 교실쪽으로 봐~".

나도 얼른 교실로 들어가 창문을 모두 열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있는 동생의 교실쪽으로

"써니야~ 기분 좋지?~"

라고 물어보니,

"언니~ 무서워~" 란다.

그때 알았다.

이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건물에 혼자 교실문을 열고 댕그러니 있으려니

2학년인 써니는 아직 무섭겠다 라고.

그 이후로 두어번 더 같이가고 말았다.

 

중학교때도 몇번 전교생중 제일 처음으로 등교하려 했었고,

 

고등학교때는 워낙 전교생이 일찍 등교하는터라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수 없어서, 다른방법을 찾았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고2는 일요일에는 등교하지 않는다. 고3이 되면 일요일에도 등교를 하고 한달에 한번만 휴일이 있다.

고2였던 나는 일요일에도 학교를 가곤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이때는 이른 등교시간이 아닌 오전10시나 11시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공부가 그렇게 잘되더라. 고3을 위해 수업종이 쳤기 때문에, 그 수업종에 맞춰서 50분 공부하고 10분 쉬며 공부했다. 독서실보다 훨씬 공부도 잘되었고, 도서관보다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보니 문득 그 아침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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